오피니언 분수대

DNA 분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DNA(유전자)분석이 상식처럼 된 시대지만 수사기법으로 등장한 건 오래지 않다. 1985년 영국의 과학자 제프리스(Jeffreys)가 DNA 단면을 분석하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단면에 '미니 새털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복잡한 설명을 빼면 이것이 개인차가 커서 사람의 지문같이 천차만별임을 알아낸 것이다.

미니 새털라이트 탐침법을 쓰면 타인 간 DNA가 같게 판명될 확률은 3000억분의 1이다. 지구 60억 인구의 DNA가 겹칠 확률은 '0'이란 얘기다. 이 발견은 곧 범죄수사에 적용됐다.

영국에선 87년 여고생 강간 살인사건에, 미국에선 87년 11월 플로리다의 '숲 언덕 강간사건'에, 캐나다에선 89년 4월 '연쇄 강간사건'에 동원됐다. 독일.네덜란드.스웨덴에서는 90년대 초에 적용됐다. 우리는 92년 5월 의정부의 소녀 강제추행 사건 수사에서 첫 개가를 올렸다. 조사 방법도 '서던 블론 하이브리디제이션'이란 기법에서 '종합 효소 연쇄반응법'등으로 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미군은 DNA 분석을 유골의 신원 파악에도 사용한다. 유해 발굴단이 북한에서 뼈를 수습하면 하와이의 중앙신원확인소로 옮겨 이 방법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태도가 특이했다. 90년대 초 북한이 판문점 등을 통해 건넸던 유해에는 동물뼈도 상당히 섞여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내색하지 않았다. 시비를 걸면 응하지 않을 걸 걱정했다는 게 한미연합사 관계자의 얘기다. 그런 문제는 96년 공동 발굴을 시작하면서 해소됐다.

요즘 일본에선 북한이 제공한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판명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에 총리 명의의 항의서한을 보내고 식량.의료품 원조도 그만두겠다며 서슬이 퍼렇다. 미국의 조용한 처리와는 대조적이다.

북한이 가짜를 보낸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우리 국정원이나 통일부 관계자들은 "최첨단 DNA 분석 분야에서 북한의 능력은 보잘것없다. 일부러 속이려 한 게 아닐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이 그런 점을 따져봤는지 궁금하다. "속았다"며 열부터 올리니 속내가 유해송환보다 북한 때리기에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 걱정이다. 북한 측에 항의는 하되 차분하게 하고, 미국처럼 유해 공동 발굴을 제의하는 식의 실질적이고도 성숙한 자세가 자못 아쉽다.

안성규 정치부 차장

*** 바로잡습니다

12월 14일자 35면 분수대 'DNA분석'에 실린 내용 중 "DNA 조사 방법도 '서던 블론 하이브리디제이션'이란 기법에서 '종합 효소 연쇄반응법'등으로 개량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한 독자분이 '서던 블론 하이브리디제이션'은 '서던 블롯 하이브리디제이션'의 잘못이며 '종합 효소 연쇄 반응법'은 '중합 효소 연쇄 반응법'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독자분의 지적이 옳습니다.

어려운 과학분야의 글을 쓰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잘못된 표기가 나온 것입니다. 정확하지 못한 기사를 보도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