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 시기 빨라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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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경유 값을 단계적으로 휘발유 값의 8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경유 승용차가 시판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부담과 운송업체의 물류 비용을 감안하자는 주장과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많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3일 "에너지 세제 개편을 확정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며 "이달 내 최종 방침을 확정한 뒤 내년 초 교통세법과 특별소비세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와 특별소비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두 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결정권을 가진 재경부는 현재 휘발유 가격의 70%에 못 미치는 경유 가격을 내년 7월부터 72% 수준으로 올리고, 1년 후 78% 수준으로 인상한 뒤 2007년 하반기부터 85%까지 올리는 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 침체 등을 감안할 때 한번에 많이 올릴 경우 승용차 판매 자체가 부진할 수 있고, 버스나 화물차 업체 경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 등은 2006년부터 경유 값을 휘발유 값의 85%로 올리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시행 시기도 경유 승용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될 내년 4월 이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오염이 상대적으로 덜한 '유로4형' 경유 승용차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판매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전에 경유 가격을 올려 환경오염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LPG 가격은 휘발유의 절반 수준을 유지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한국조세연구원 권오성 박사는 "경유 값을 올리면 화물.버스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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