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직장폐쇄 배경·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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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iTV가 13일 직장폐쇄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TV사업권 박탈'로 가는 파국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이 더 격화된 만큼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는 알 수 없다.

◆ "재허가 위해 불가피한 선택"=iTV 노조는 지배주주(동양제철화학)의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로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주창해 왔다. 공익재단 설립과 사장공모 추천제 도입 등이 골자. 그러나 동양제철화학 측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방송은 파행으로 이어졌다.

'방송 재허가' 심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10월 iTV에 대해 '조건부 추천'을 결정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고 투자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재허가 거부시 거쳐야 하는 '청문'에 회부된 것이다. 2대 주주 대한제당은 "노사문제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투자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iTV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측은 13일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재허가행은 '안개 속'=그러나 회사 측 바람대로 일이 풀릴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노조를 극한투쟁의 막다른 길로 몰아붙여 실낱 같던 타협의 가능성을 없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가 적극적으로 지배주주의 문제점을 폭로할 경우 재허가로 가는 길은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열쇠는 방송위가 쥐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iTV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한 방송위원은 "전반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업권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송가에선 지상파 방송의 '재허가 거부'란 초유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결정 이후'다. 향후 절차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명분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방송위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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