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팔 독립국'案에 이례적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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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2일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17개월째 악화일로를 치달아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의에는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결의안의 통과를 모두 거부해온 미국이 찬성표를 던져 주목된다.중동문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유엔과 공조해 중재에 나설 경우 분쟁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유엔 결의안을 일단 환영했으나 13일에도 양측의 치열한 교전은 계속됐다.

◇양측 모두 환영=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베드 라보 공보장관은 "유엔 결의안은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환영한 뒤 "그러나 (실질적인)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모든 테러의 즉각적인 종식을 천명한 결의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의 중동 평화안과 미첼 보고서를 제 궤도에 올려 놓고 중동평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중재에 팔 걷어붙인 미국=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한데 이어 앤서니 지니 특사를 파견하는 한편 미국인 또는 유럽인으로 구성된 휴전 감시단 파견을 제안할 방침이다.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것은 장차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팔 분쟁을 진정시켜 아랍권의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중재에서 지난해 테닛 중앙정보국장이 제안했던 중재안 외에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긴장은 여전=이스라엘군은 13일에도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인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시에서 탱크 수십대를 동원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날 전투는 시 중심가인 마나라 광장을 포함한 곳곳에서 있었고 이 과정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경호부대 부사령관인 후아드 오베이디가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또 이탈리아의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라파엘 치렐로(42)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졌으며 프랑스·이집트 기자가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날 오후엔 이스라엘의 아파치 헬기가 출동해 팔레스타인측에 기관총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이 12일 보병 2만명과 탱크 1백50대를 앞세워 82년 레바논 사태 이래 가장 강력한 공격을 가한 지 하루 만에 양측간 교전에서 팔레스타인인 37명(13일 4명 포함)과 이스라엘 군인 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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