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조정일까 다시 하향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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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넉달간 오름세였던 국제 메모리 반도체 값이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지난 1주일 새 아시아 시장에선 값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북미시장은 주춤거렸다.

달아올랐던 반도체 시장이 2분기나 돼야 본격 조정국면을 맞을 거라고 예상했던 관련업계는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게 아닌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값의 움직임은 올해 무역수지뿐 아니라 매각협상 중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입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가격조정 신호인가=시장의 주력제품인 1백28메가 SD램의 평균가격은 13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4.07달러로 지난 5일(4.38달러)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7%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11월 D램 값이 반등한 이후 드문 침체장이다. 북미 현물시장의 같은 제품 값도 12일 현재 사흘째 보합세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실수요가 주춤한 때문이며 4,5월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협회(WSTS)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반도체 매출은 전달보다 25%가 늘고 출하량(용량기준)은 13% 줄어 초과수요였지만 근래 공급이 늘면서 값이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외 대형 D램업체들이 현물가 상승을 틈타 PC·휴대폰 등 큰 고객업체와의 장기 공급가격을 5달러대(1백28메가 기준)로 올려놓은 것도 큰 부담이다. 대형 수요처는 이미 "더 이상 올릴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회복 전망 엇갈려=D램 값의 회복시기·정도에 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전망이 엇갈린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2분기는 계절적인 반도체 비수기여서 가격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보기술(IT)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어 대세상승을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IT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김수겸 수석전문위원은 "일본·대만 등이 D램 공급을 급격하게 늘릴 여지가 작아 지난해처럼 값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추가상승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골드먼삭스는 "이달부터 D램 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2,3분기까지 정체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D램 평균가가 현재 수준(4달러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진영훈 연구위원은 "대형업체 빅딜 같은 반도체 업계 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겹치면서 반도체 값이 기대 이상으로 오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꾸준하게 뒷받침돼야 추가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D램 고정거래가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석달째 대형 PC업체와의 힘겨루기에서 고정거래가 인상을 관철시켰던 대형 D램업체들이 앞으로도 그런 파워를 가질 수 있느냐가 가장 확실한 시장전망의 잣대라는 것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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