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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시행되는 ‘재개발·개건축 공공관리자제도’ 효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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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다음 달부터 서울의 모든 재개발·재건축단지에 서울시가 사업을 주도하는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된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조합원들은 비용을 줄이거나 절차가 빨라질 것이라며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사업 단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구청에서 열렸던 ‘공공관리자제도 시민설명회’ 현장에는 5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제가 도입되면 가구당 1억원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정말이냐”고 질문했다. 주거환경연합 조남득 사무국장은 “대부분 사업 초기의 단지들은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면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내고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달리 이미 사업을 많이 진행한 곳은 공공관리자제를 피하려 한다. 이들은 공공관리자제를 적용받게 되면 ‘구청 간섭이 심해져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공공관리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미리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조합으로는 서울 성동구 금호 14-1구역, 길음1재정비촉진구역, 영등포구 영등포 1-13구역, 신길 1구역 등이고 재건축조합으로는 강동구 둔촌 주공, 고덕 주공 5단지, 강남구 도곡동 동신 3차 등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공공관리자제의 효과는 단지마다 큰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은 공공관리자제가 적용되면 당장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지만 초기 단지는 공공이 차근차근 관리하므로 중장기적으로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은 공공관리자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구역 지정→조합 설립→시공사 선정→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이주·철거’ 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공공관리자제가 도입되면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 설립 인가 후’에서 ‘사업 시행 후’로 바뀐다. 만약 이들 지역 조합이 이번에 시공사 선정을 하지 못하면 조합은 새로운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따라야 한다. 공공의 간섭을 받으면서 사업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초기 사업지는 다르다. 지금처럼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공공 주도로 투명하게 진행하면 이득이 많을 수 있다. 사업 초기 정비업체 난립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각종 소송 등 분쟁도 미리 피할 수 있다.

J&K투자연구소 권순형 대표는 “요즘 같은 침체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서두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근본적인 문제도 잘 짚어 봐야 한다”며 “단순히 공공관리자제를 피하려는 이유만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서둘러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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