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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투 셰프-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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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정리=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글로벌 한식팀 │ 이상학(CJ푸드빌) 셰프 
쫄깃함 살리고 비릿함 줄이고 … 족발 얇게 썰어 내놨습니다


10여 년 전 근무하던 호텔의 오스트리아 출신인 조셉 하우스버거 총주방장이 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근사한 저녁을 기대하고 갔지만 메뉴는 웬걸 ‘돼지 족발’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 요리를 ‘슈바이네학세(SchweineHaxe)’라고 하는데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자 대표적인 요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이나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음식이라 맥이 좀 빠졌다. 그런 나를 보더니 총주방장은 “외국 친구들을 초대하면 늘 족발을 대접하는데 너무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가 아는 한 최고의 미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요리를 먹으며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임을 피부로 깨닫게 됐다.

이번 요리는 돼지 족발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이다. 정통 한식이라기보다 길거리 음식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나 정통성만 고집하기보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한식을 알리는 것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라 생각해서 골랐다.

족발은 쫄깃한 질감을 살리면서도 비릿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고민했다. 훈제시키고 냉채 소스를 활용해 돼지 특유의 냄새를 줄였다. 족발 하면 새우젓이 환상의 궁합이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에 새우젓 대신 새우 소스를 활용했다. 손으로 뼈째 잡고 뜯어 먹는 것도 좋지만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얇게 썰어 내놓았다.

복분자 무절임을 곁들인 새우-족발 냉채

●만드는 법
새우소스 삶은 새우를 간 다음 간장에 끓여 졸여낸 뒤 건더기는 거르고 국물만 이용. 냉채소스 사과·배·생강을 갈아서 마늘·레몬주스·식초를 넣고 끓인 뒤 국물만 이용.

1 돼지 족발을 흐르는 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2 족발을 끓는 물에 삶은 뒤 파·마늘·샐러리 등의 채소와 월계수잎·파인·정향 등 향신료를 넣고 30분 정도 은근한 불에 끓인다. 3 건져낸 족발의 뼈를 제거한 뒤 모양을 잡아 망에 넣고 8시간 동안 훈제한다. 4 족발을 냉장고에서 식힌 뒤 얇게 썰어 새우 소스에 절인다. 5 복분자로 절인 무를 돼지 족발과 같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고 냉채 소스를 뿌려 마무리한다.



글로벌 한식팀 │ 김종민(JW 메리어트호텔) 셰프 
전복내장죽·한우등심, 외국인 먹기 좋게 한 접시에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내놓는 한식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은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내놓은 음식을 어떻게 골라 먹어야 할지 어리둥절하기 때문이다. 외국 요리는 대개 한 접시로 완성된 음식이 나간다. 샐러드는 샐러드대로, 메인요리는 메인요리대로 완성된 요리다. 스테이크를 먹더라도 곁들여 먹는 가니시가 한 접시에 나온다.

그래서 한식도 외국인들에게 익숙하도록 다양한 몇 개의 요리를 한 접시에 넣어 일품요리로 변형시켰다.

전복내장죽은 외국의 메인요리에 반드시 들어가는 스타치를 대신한다. 스타치란 곡물로 지은 밥이나 으깬 감자 등 사이드 음식을 말한다. 최고급 궁중요리인 전복내장죽에는 버섯과 샐러리 등을 넣어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도록 했다.

잣을 올려 구운 한우등심구이는 바로 서양의 스테이크와 같다. 불고기 양념에 재우는, 한식 특유의 조리법을 썼다. 동시에 스테이크처럼 그릴에 구워 정통 불고기와는 색다른 맛을 느끼도록 했다. 또 외국인들이 바삭거리는 질감을 좋아하는 것을 감안해 잣을 잘게 다져 고기에 올렸다.

미삼·대추 튀김과 송로버섯을 곁들인 자연송이, 그리고 통마늘 구이는 바로 가니시다. 즉 밑반찬인 셈이다. 인삼과 대추를 살짝 튀겨 한식을 먹는 느낌을 살렸고 자연송이에 송로버섯을 곁들여 외국인의 입맛을 배려했다. 또 한우등심구이와 잘 어울리는 버섯과 마늘로 음식 전체를 조화롭게 했다.

전복내장죽

1 깨끗이 씻은 전복을 살짝 데친 뒤 내장을 포함해 잘게 다진다. 2 자루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양파·샐러리·표고버섯·전복 다진 것을 순서대로 볶는다. 3 불린 쌀과 전복 삶은 물 5컵을 넣고 중간불에 끓인다.

잣을 올려 구운 불고기 양념 한우등심구이

1 간장 5큰술, 다진파 2큰술, 다진마늘 2큰술, 설탕 3큰술, 꿀 1큰술, 후추 1작은술, 참기름 3큰술, 깨소금 3큰술, 배즙 3분의 1컵, 생강즙 1큰술을 섞어 불고기양념소스를 만든다. 2 한우등심을 소스에 12시간 재운다. 3 등심을 그릴에 살짝 구운 뒤 잘게 다진 잣을 올려 오븐에서 굽는다.

미삼·대추튀김과 송로버섯 곁들인 자연송이, 통마늘구이

1 치자를 잘 우려내 튀김반죽을 만든다. 2 씨를 제거한 대추와 미삼에 치자반죽을 입혀 180도에서 노릇하게 튀긴다. 3 자연송이와 통마늘에 소금·후추·파슬리찹을 뿌리고 그릴에 굽는다. 4 송로버섯은 잘게 썰어 장식한다.



코리안 파스타팀 │ 송용욱(르코르동블루-숙명 아카데미) 셰프
돌솥 나물 스파게티 … 눌은 면 긁어먹는 재미까지


이번 요리는 한식당을 갈 때마다 생기는 작은 궁금증에서 탄생했다. 보통 한식당에 가 메뉴를 보면 비빔밥보다 돌솥비빔밥이 500원 정도 더 비싸다. 막상 시켜 보면 재료는 차이가 없다. 단지 돌솥비빔밥은 뜨겁게 달궈진 돌솥에 밥과 채소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눌어붙는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 눌은밥을 먹기 위해 500원을 당연하게 지불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빔밥만 그렇게 먹는 게 아니다. 고기를 볶거나 해물탕을 끓여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눋게 만들어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눌었을 때 생기는 고소한 맛과 꼬들꼬들한 질감을 즐기는 것일까. 양복에 넥타이 차림의 회사원들이 숟가락으로 커다란 냄비의 눌은밥을 벅벅 긁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엄연히 그것도 우리 식문화의 일부이며 즐거움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에는 파스타를 뜨거운 돌접시에 담았다. 지글대는 소리에 손이 움츠러드는 긴장감, 그리고 눌은 면을 긁어 먹는 재미까지 세계인들도 한번 느껴보라는 의도다.

뜨거운 돌접시에 제철 음식으로 맛을 냈다. 바야흐로 시장에 나온 향긋한 봄나물을 곁들이고 버섯 들깨탕의 고소함을 소스로 썼다. 들깨는 일본·중국도 거의 쓰지 않는 우리 고유의 맛 중 하나다. 이탈리아 풍기 파스타와 유사하지만 들깨즙을 베이스로 하면서 면 위에 당근·계란 지단으로 고명을 얹어 비빔밥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버섯 들깨소스와 산나물을 곁들인 돌솥 스파게티

●만드는 법 1 스파게티는 끓는 물에 7분을 익히고 느타리·표고·맛송이·팽이·목이 버섯은 잘게 찢거나 썬다. 2 닭육수에 들깨가루와 잣을 넣고 뭉근히 끓인 뒤 곱게 갈아 체에 걸러 들깨육수를 만든다. 3 올리브유에 마늘·양파를 볶다가 준비된 버섯을 넣고 볶은 뒤 ②의 들깨육수를 조금 부어 맛을 우려낸다. 4 참기름을 약간 붓고 스파게티면과 세발나물·취나물·고구마순 등 나물을 넣고 가볍게 볶는다. 5 뜨거운 돌접시에 준비된 면·버섯·나물을 담고 채 썬 당근과 계란 지단을 얹어 내놓는다. 6 들깨소스는 미리 부어놓으면 증발해 없어지므로 손님이 직접 부을 수 있도록 따로 병에 담아 낸다. 7 상큼한 백김치를 곁들인다.



코리안 파스타팀 │ 이재훈(뚜또베네) 셰프
닭 따로 찹쌀 따로 만든 삼계탕, 국물 대신 육수 소스 뿌렸어요


가장 한식 같지 않으면서도 한식다운 음식이 삼계탕이다. 한식 하면 매운맛인데 이게 빠졌다는 점에서 한식 같지 않고, 뼈와 인삼을 우려낸 깊은 국물 맛에 찹쌀로 빚은 속은 영락없는 한식의 기본형이다.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 삼계탕이 이번 요리의 주제다.

주제만 삼계탕이지 형식이나 담음새에서는 양식의 방법을 이용했다. 삼계탕의 핵심만 남겼다. 바로 닭·찹쌀·인삼이다. 비빔밥처럼 모든 걸 버무려 먹는 한식의 특징은 외국인에게는 다소 낯설다. 닭과 찹쌀, 인삼을 뚝배기에 넣고 진득이 끓여 맛을 버무리는 대신 각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법을 택했다. 벌컥벌컥 마시는 국물을 최소화했고 닭살만 따로 요리해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배 속에 담는 찹쌀은 닭의 배 속에 넣지 않고 따로 리조또를 만들었다. 대신 삼계탕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각종 채소와 닭육수를 넣어 볶았다. 닭살도 국물에 남겨두는 대신 따로 롤을 만들어 곁들였다. 닭에 인삼 가루를 뿌리고 오븐에 구웠다. 국물 위주의 식사를 하지 않는 외국인을 위해 인삼의 풍미가 국물에 우러나는 대신 고기에 배어나도록 했다. 닭육수를 리조또 주위에 둘렀다. 국물을 아예 빼는 대신 메인요리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소스로 써 외국인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닭육수와 찹쌀 리조또를 곁들인 인삼 풍미의 치킨롤

●재료 닭 1마리, 소금· 후추·인삼 가루 1스푼, 요리용 실, 육수용 양파 1개, 당근 1개, 대파 3개, 마늘 3알, 생강 1개, 통후추 적당량, 월계수잎 3장, 찹쌀 80g, 화이트와인 100mL, 다진 양파 15g, 올리브 오일 적당량 ●만드는 법 1 살이 찢어지지 않게 뼈만 발라낸 닭살에 소금·후추·인삼가루로 양념해 돌돌 만 뒤 요리용 실로 묶어 놓는다. 2 닭뼈·양파·당근·대파·마늘·생강·통후추·월계수잎으로 2시간 끓여 육수를 만든다. 3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데운 뒤 양파, 찹쌀 순으로 넣어 볶은 뒤 화이트와인을 붓고 졸인다. 4 ②의 육수를 부어가며 익혀 리조또를 완성한다. 5 팬에 치킨롤 겉면을 노릇하게 구운 뒤 다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6 뜨거운 철판에 리조또를 담고 그 위에 썬 치킨롤을 얹은 뒤 리조또 주변에 ②의 육수를 부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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