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토지시장 들썩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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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김상규(47)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의 3억원짜리 준농림지를 샀다. 金씨는 "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보다 오랫동안 가격 등락이 없었던 땅에 여윳돈을 묻어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준농림지 1천8백평은 23명이 경쟁해 감정가의 2백71%인 8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분양된 용인 죽전·동천·신봉택지지구 택지는 입찰 때마다 1만여명이 몰려 91~3백50대 1의 사상 유례없는 경쟁을 보였다.

토지시장이 심상찮다. 아파트·오피스텔·상가에 이어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개발재료가 있는 곳의 땅 호가가 가파르게 오른다.

한국토지공사 김회철 지가조사단장은 "각종 개발재료를 업고 토지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으나 땅값이 오를 만한 곳은 한정돼 있으므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 늘고 급매물 사라져=개발계획이 발표된 지역과 경기도 용인·파주·양평 등의 준농림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사라졌다.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정광영 소장은 "설연휴가 지난 뒤 땅 투자문의가 하루에 1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시 월곶동 일대는 활발한 거래 속에 값이 최근 석 달 새 30% 정도 뜀박질했다. 시흥시의 경우 지난달 그린벨트 내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3백57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배 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광명시 등의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은 매물을 찾기 힘들다.

중앙·서해안고속도로 주변도 숙박업소 등이 늘어나면서 땅값이 연초보다 평당 2만~3만원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시흥·하남 등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천안·아산 등 신도시 예정지▶용인·양평·여주·이천 등 전원주택 부지▶파주 등 접경지▶제주도 등 개별 재료지역 등이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건설지역에는 장기 투자자의 발길이 잦다. 용인~화성~시화~파주~포천~양평 등을 잇는 2백40㎞의 도로로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한다.

경기도 여주·이천지역에선 중부고속도로의 확장으로 호법 인터체인지주변과 3번 국도변을 중심으로 매기가 일고 있다.

평택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평택항 물동량 증가▶관광단지개발 등에 따라 꾸준히 관심을 끌고 있다.

◇값 올라도 거래 안되면 돈 묶여=땅은 거래하기 쉽지 않으므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준농림지를 구입할 때는 형질변경을 통해 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인·허가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미리 살펴야 한다.

건축을 하려면 보통 4m 이상의 도로를 확보해야 하므로 지적도(임야도)에 도로가 있는 땅을 사는 게 좋다. 도로가 없다면 인근에 도로를 갖고 있는 땅주인의 인감증명을 첨부한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으면 가능하다.

사려는 땅에 주택·창고·농작물 등과 같은 지상물이 있으면 땅주인과 지상물 주인이 일치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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