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도 즐긴 붉은 악마들 … 100만 응원 인파 거리 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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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거리 응원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노정봉씨의 빨간색 포니. 응원객들은 노씨를 ‘붉은 포니맨’이라 부른다. [김성룡 기자]

강한 빗줄기도 붉은 악마를 가둬두진 못했다.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응원객들은 비를 즐겼다. 비로 인해 응원 패션도 바뀌었다. 과감한 노출 패션 대신 ‘비 맞은 붉은 악마 패션’이 새로 떠올랐다. 많은 응원객이 붉은 티셔츠 위에 색색의 우비를 걸치고, 머리에는 붉은 뿔이 달린 머리띠를 눌러 썼다. 경찰에 따르면 12일 그리스전에 거리 응원에 참여한 인원은 100만4000여 명이었다. 거리 응원 장소는 289곳이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영동대로(삼성역 사거리~봉은사 사거리 680m 구간)에는 전국 최고 인파인 5만5000여 명이 모였다. 강남이 월드컵 거리 응원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것이다. 경기 시작 전 왕복 14차로 가운데 7차로만 통제됐으나 경기 시작 후 나머지 7차로까지 통제되면서 도로는 거대한 광장으로 변했다. 서울 시청 광장에도 4만7000여 명이 모였다. 두 곳에 모인 응원객들은 경기 내내 ‘아리랑’ ‘젊은 그대’ 등을 열창했다.

부산 해운대백사장에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가로 22m, 세로 13m의 초대형 스크린(1000인치)이 설치된 가운데 2만여 명이 막대풍선을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조용형·김형일·김정우·김남일 등 태극전사 4명을 배출한 인천 부평고 동문들은 부평로 거리응원전에 참여했다. 국내 최대 로터리잔디광장인 창원시청 앞 광장에도 3만여 명의 시민이 찾아 승전보에 환성을 터뜨렸다. 대전 월드컵경기장, 울산 태화강 둔치 잔디밭 등 전국의 길거리응원 명소마다 수천∼수만 명이 몰려 16강 진출을 기원했다.

◆"포니는 한국 신화의 상징”=이날 오후 5시30분 코엑스 앞 응원 현장에 태극기, 붉은 악마 로고 등으로 꾸민 ‘붉은 포니 픽업(트럭)’ 두 대가 나타났다. 이 차 화물칸에는 붉은 옷을 입은 노정봉(54)씨가 서 있었다. 노씨가 노래에 맞춰 차에 실린 드럼을 연주하자 우비 입은 응원객들이 포니 주위로 몰려와 환호성을 질렀다. 노씨는 2002년, 2006년 월드컵 때도 이 ‘붉은 포니’를 끌고 거리 응원 현장에 나와 흥을 북돋운 ‘붉은 포니맨’이다. 포니는 현대자동차가 1975년 생산한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로 한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차로 평가된다. 노씨는 “포니는 한국 산업의 기반을 잡아준 차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성공 신화의 상징인 포니를 타고 월드컵 신화 재창조를 기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송지혜·김효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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