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傳女傳 색다른 동화 두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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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설가 한승원·한강 부녀가 동시에 동화를 발표한다. 한승원씨의 『우주 색칠하기』(신민재 그림)와 한강씨의 『내 이름은 태양꽃』(김세현 그림). 두 권 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로 8일께 출간된다.

부녀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이 동시에 비슷한 책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 같은 분야의 유명인을 부모로 둔 사람이 누구의 아들 혹은 딸로 불리는 것을 꺼리듯 한강씨도 그동안 '한승원의 딸' 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의 공동 발표는 그래서 등단작인 『여수의 사랑』 이후 최근의 『그대의 차가운 손』 등 네 권의 작품집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작가 세계를 구축한 딸 한강씨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 한승원씨의 산문집이 3월 말에, 한강씨의 산문집이 7~8월에 열림원 출판사에서 출판될 예정이어서 부녀 소설가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한강씨는 "아버지는 원고를 진작에 넘겼는데 그림이 늦어지면서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출판된 것 같다"며 "아버지께서는 내가 불편해 할까봐 작품과 관련한 얘기는 일절 안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작품을 내도 한참 있다 읽으신 뒤 지나가는 말로 '잘 읽었다'고 한마디씩 하시는 식"이라며 "그래서인지 등단 초기엔 한승원의 딸이란 소리를 듣는 게 부담되고 싫었는데 요새는 그런 사실 자체를 의식 안하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한강씨의 이번 동화는 한없이 우울하고 슬픈 느낌을 자아내는, 그만의 문체적 특색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태양꽃을 의인화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상처와 그 상처를 이겨내려는 의지를 그려낸다.

한강씨가 감성적 터치로 정서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비해 한승원씨는 남도 특유의 이야기성을 보여준 전작의 경향처럼 지구를 방문한 우주별 왕자와 공주를 통해 사랑·이별·오만·가난 등을 주제로 교훈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승원씨는 1997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전남 장흥에 내려가 남도의 풍광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곧 나올 산문집은 한승원씨가 직접 찍은 사진에 글을 곁들여 그의 소설 속 남도 바닷가 묘사와 토속적 사투리에 매료된 사람들에겐 기대가 될 만한 책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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