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율, 세계경제 왜곡하고 성장에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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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시 중국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뒤로 밀려났던 위안화 절상과 중국의 출구전략 문제가 다시 앞줄로 나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재무위원회 답변서에서 “중국의 환율 제도가 미국과 세계 경제의 왜곡을 초래하고 지속적인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묶어 놓는 바람에 아시아의 다른 국가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런 개입은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가이트너의 강경 발언은 미국 상원의원들이 “2주 안에 중국에 대한 보복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 하루 만이다. 또 전날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대만의 선물환 규제 강화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다만 가이트너는 “정부와 의회의 방법론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입장이 강경해진 데는 중국의 5월 수출이 1년 전보다 48.5%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에도 중국의 수출이 급증했고, 이게 다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란 게 미국 쪽 시각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지난 3월 중국이 6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72억 달러)를 내면서 주춤했었다.

중국 정부의 대외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무부 관계자가 가이트너의 발언에 대해 “새롭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이렇지만 중국 정부는 사전 정지작업을 차근차근 하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환율 변동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위안화 선물거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서 중국 정부가 지게 될 국내 정치 부담을 줄이려면 수출이 잘 되는 편이 낫다는 분석(파이낸셜 타임스)도 나왔다. HSBC의 취훙빈(屈宏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 압력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 달 수치만으로 바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 통계국은 11일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올랐다고 밝혔다. 19개월 만에 최고치이자 중국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를 넘어섰다. 가뭄과 냉해로 농산물 등 식품 가격이 급등(6.1%)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최근 “마늘·녹두·옥수수 값이 미쳤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7.1%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 하더라도 최근 중국 내 파업 확산과 임금 인상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중국이 당장 금리를 올리진 않겠지만 긴축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5월 신규 대출 규모는 전달에 비해 17% 줄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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