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반한 책] 김정훈(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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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펄 벅의 『대지』를 처음 읽었다. 서양인이 중국인 이야기를 썼다는 것, 여러 상을 받은 명작이라는 사실에 끌린 독서였다. 그러나 가수 데뷔 이후 다시 잡은 『대지』에선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너무도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 살아가던 내 생활에 비춰 볼 때 “모두 살아가고 있구나” “그들도 나처럼, 나도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이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줬다.

명작이라서 읽어야 했을 때와는 달리 소설 『대지』에는 삶의 숨결이 묻어 있었고, 그 사소한 것들이 지금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를 알게 됐을 때, 그 감동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나 자신에게 큰 지침이 되곤 한다.

『대지』는 피할 수 없는 역경에서 스스로 만들어 낸 고통, 어찌 보면 사람 사는 세상, 힘들기만 하지만 그렇게 함께했던 사람끼리 만들어내는 행복은 분명 삶의 가장 큰 에너지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 책의 힘은 체험이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를 알지 못했을 때까지 중국인으로 살았던 펄 벅 여사의 질퍽한 체험, 지체아인 딸로 인해 스스로 슬픈 사람을 위한 삶을 살았던 그의 끈끈한 질책은 화려한 조명과 환호 속에 살아가는 나의 평범하지 않은 청춘에 작은 격려와 큰 질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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