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지겨운 책과 즐겁게 사귀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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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책이다
허병두 지음, 청어람미디어, 322쪽,1만3000원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
허병두 지음, 청어람미디어, 304쪽,1만3000원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정말 그럴까. 짐작컨대 여러 사람이 달려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게 물을 먹이기는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 자명하다.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말은 물가로 가기 전부터 심하게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독후감 제출·논술시험 등 억지로 읽히는 방법은 많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어쩔 수 없이 이른바 ‘권장 도서’들을 읽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강요된 책읽기의 기억이 오히려 청소년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고, 성인이 된 이후의 독서도 어려워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현직 국어교사이자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의 대표가 『푸른 영혼을 위한 책 읽기 교육』에도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그는 책읽기가 또 하나의 입시 과목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당장은 힘들고 효과가 적더라도 정도를 걸을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찾게 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래서 ‘권장도서’를 강요하는 대신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요즘 아이들은 너무 책을 안 읽어”라며 개탄하는 어른들에게 “독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먼저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권한다. 청소년을 위해 쓴 『너희가 책이다』에서는 양서 66권을 길잡이 삼아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전수한다. 그 방법이란 한마디로 책과 소통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왜?’‘정말?’하고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인 독서를 하라는 것이다.

요즘같은 다매체 시대에 왜 꼭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책읽기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차원을 넘어선다. 좋은 책은 잠자는 열정을 깨우고, 생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며 마침내 한 사람의 인생까지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그런 면에서 책을 대체할 만한 것은 아직 없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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