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시골 친구들은 전부 시인인가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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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상동초등학교 어린이 20명 글, 이승희 엮음, 보리, 200쪽, 7000원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학교에 가려는데/자전거 페달 위에/개구리가 있다.//손잡이 왼쪽에도 있다.//개구리가 딱 붙어서/움직이지도 않는다.//할 수 없이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표제작인 ‘자전거가 좋은 개구리’(장재원 작)라는 제목의 시다. 표현 방식은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농촌마을의 정겨운 풍경과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책은 경남 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한 반 어린이 20명이 쓴 시 121편과 그림 31점을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이 묶은 것이다. 시에는 농촌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깻잎 따기,콩 타작,고추 다듬기 등 생업과 부모와 친구, 마을 어른 등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주요 소재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모두 책이나 TV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상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 노?’(먹었어?)‘뿌사’(부수어) 등 사투리도 굳이 표준어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아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이런 환경 때문일까.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에도 특별한 데가 있다.

‘개가/ 뒷발로/얼굴을 긁는다.//먼지가/바바박/일어난다.//개 몸을/퍼벅/털어 주고 싶다.’(김영훈 작 ‘개’)
뒷발로 힘들게 얼굴을 긁는 개를 안쓰러워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씨는 추천사를 통해 이런‘특별함’의 이유를 “아무래도 자연이 한몫 도와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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