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나’를 지워 고요함을 일깨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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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의 지혜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진우기 옮김
김영사, 144쪽, 8900원

‘인류의 영적 지도자’로 불리는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이 책은 읽는 시간보다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고.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고요함을 느끼라고 말한다. 저자는 고요함에서 지혜가 나온다고 말한다. 그럼 그 고요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선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탁!”하고 없어지는 순간, 세상 일체에 깃든 고요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붙들고 있다면 고요함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고요함을 보려면 먼저 나를 지워야 한다. 내가 살아온 삶의 기억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 기억에 묻어 있는 감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또 오랜 세월 몸을 통해 이어져 온 인류의 오래된 습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생각이 만든 감옥에서 나를 끄집어 내야만 한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의 주인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생각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다. 생각하는 내가 없고, 존재하는 나조차 없을 때 원래부터 있던 고요가 드러난다. 그제야 존재의 바닥을 볼 수가 있다. 이를 불교에서는 ‘불성’이라 부르고, 기독교에서는 ‘내 안의 그리스도’라고 부른다. 뭐라고 부르든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 너머에 실재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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