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9단,다시 벼랑 끝에 몰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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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5보 (104~125)=진땀을 흘리며 고심하던 曺9단은 11분 만에 104로 연결했다. 좌변에서 난리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A로 끊겨서는 안된다고 본 것이다. 105, 107의 움직임은 예정된 코스. 이 돌이 움직여 나오자 백의 전도는 막막해 보인다. 인터넷 중계를 맡은 양재호9단은 "고전이다!"며 해설도 잊은 채 판에 몰두하고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曺9단은 108에 7분,110에 11분, 112에 13분 등 수마다 극도로 조심하며 삶을 더듬어나간다. 118의 끼움수에 이르러 이곳 백 대마는 흑 3점을 잡고 생환했다. 흑이 '참고도1'처럼 버티는 것은 백2,4로 촉촉수.

그러나 백은 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은 크다. 게다가 123의 모자 한방이 만근의 무게로 백을 압박한다. 124에서 양재호9단이 '참고도2'의 수순을 힘없이 그리고 있다.

흑은 아주 쉬운 3과 7 두방으로 하변 일대를 집으로 굳힐 수 있다. 백 대마는 아직도 미생. 이것이면 바둑은 금방 흑승으로 굳어질 것이다. 그러나 창하오는 이 결정적인 대목에서 멀리 125로 달려간다. 이것이 승부의 불가사의다. 창하오는 이때 다가오는 승리가 두려웠을까. 그래서 머뭇거렸을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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