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년간 '모토로라 동문회' 이끈 정동준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학교 동창은 길어야 몇 년을 함께한 사이 아닙니까. 10년, 20년씩 한 회사를 같이 다닌 직장 동료 간의 정이 그보다 못하다 할 순 없죠."

최근 창립 14주년 기념식을 성황리에 끝낸 '모토로라 동문회'(모토로라 코리아의 퇴직사원 모임)의 정동준(73) 명예회장은 모임의 이름이 '동문회'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퇴직자 모임의 효시 격인 모토로라 동문회는 그동안 사장부터 평직원 출신까지 평등하게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정착시켜 왔다.

"처음엔 재직할 때 호칭을 그대로 썼어요. 그런데 어느날 평사원 출신 퇴직 사우가 '동문회에서까지 쩔쩔맬 필요가 있느냐'고 하더군요. 그 뒤 서로 '○○○동문'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1967년 모토로라 코리아 창립 때 입사해 22년 간 재직하며 인사부장.인사담당 전무 등을 거쳤다. 퇴직 후에는 인사관리자문회사인 윌리엄 M 머서의 대표를 지냈다.

"87년 파업 때의 일입니다. 웬 40대 신사가 정문을 봉쇄한 노조원에게 '빨리 업무에 복귀하라'며 호통을 치는 거예요. 하도 고마워 인사를 했더니 그 분이 '내가 이 회사 생산감독을 했다. 퇴직해보니 여기만한 곳이 없더라 '고 하시더군요."

그는 그때 퇴직하면 모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퇴직 후 이를 실행했다. 동문회는 그동안 생산라인을 갑자기 늘릴 때 숙련 인력(퇴직사원)을 공급하는 등 회사를 돕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그는 줄곧 회장으로 있다가 이번 기념식 때 후배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