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여당 당원도 모르는 정부 경제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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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7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서울시 당원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이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5.2%)보다 낮은 4%로 전망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방과 경쟁을 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고통이 따른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제조업 위주의 정책을 폈는데 앞으로 제조업에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대안인 서비스업은 여전히 경쟁력이 낮아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 확대 등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당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한 시간가량 계속된 부총리의 긴 설명에도 한 참석자는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추가 설명을 부탁했다.

다른 참석자는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 국민이 피부로 경기 회복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언제냐"고 물었다.

또 30년간 기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정부가 투기는 막되 부동산 시장은 살리겠다고 했는데 세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강연을 듣고 국회를 나서던 한 참석자는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뭘 하려고 하는지 분명했기 때문에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경기가)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부총리는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은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고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개방과 경쟁을 최대화하는 시장경제의 추구"라고 답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간에 국회는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출자를 규제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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