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은 공포의 원형" 김지운 감독·오기민 PD 영상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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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한국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이 21세기에 환생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조용한 가족''반칙왕'을 연출했던 김지운(사진) 감독과 '여고 괴담' 시리즈를 기획했던 오기민(마술피리 대표) PD가 손을 잡고 『장화홍련전』의 현대화 작업에 나섰다.

아직 구체적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포영화 제작에 나름의 노하우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이번엔 어떤 색깔의 섬뜩함을 영상화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2000년 여름 극장가에 밀물처럼 쏟아져 나왔다가 지난해엔 썰물처럼 빠져나간 국내 공포영화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김감독이 선보일 '장화, 홍련'(가제)은 크게 두 가지의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장화홍련전』의 영화화가 처음이 아니다는 것. 『장화홍련전』은 한국 영화계의 선구자인 박승필이 1924년 만든 것부터 72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것까지 다섯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둘째, 자칫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고전소설을 어떻게 요리해 영화시장의 주요 고객인 젊은층의 취향에 맞게 '개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감독과 오대표는 이런 점을 이미 알고 있다. 오대표는 "지금까지 영화화한 『장화홍련전』이 주로 권선징악을 강조했던 사극이었다면 '장화,홍련'은 원작에 내재된 모녀의 갈등을 토대로 현대 가족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계모의 모략에 희생되는 두 자매의 얘기로는 끌고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감독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원작에선 오늘날 현대인의 심리에 잠재된 공포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며 "원작의 모녀 관계에는 요즘 어떤 소설에 못지 않은 엽기적 요소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작을 잘 뜯어보면 무시무시한 처절함을 발견할 수 있으며,이는 공포영화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화, 홍련'의 순제작비는 30억원 내외. 현재 김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에 한창이며 6월께 촬영에 들어가 내년 초 개봉할 예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춘향전』 『흥부전』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장화홍련전』의 내용은 제대로 아는 경우가 적다"는 오대표의 지적처럼 최근 높아진 한국 상업영화의 자신감이 우리 고전의 재해석에서도 어떤 결실을 거둘지 기다려진다.

영화든, 소설이든 문화는 일정 부분 과거를 먹고 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장화, 홍련'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마술피리와 '반칙왕'의 영화사 봄이 공동 제작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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