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조국 일본에 '음악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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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31)가 얼마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11세때 뉴욕필 신년음악회에서 데뷔한 지 20주년 되는 해를 맞아 기념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는 미도리는 오는 5월 일본 7개 도시 순회 독주회에 맞춰 2장의 특집 음반을 내고 자신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책을 일본서 출간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용에서 정작 눈길을 끈 것은 '특별 프로젝트'였다.

오는 7월 일본 13개 도시에서 '기즈나'(絆·사람들 간의 유대관계)라는 테마와 '총체적 경험'이라는 타이틀로 독주회를 여는 게 그 골자다. 미도리가 5백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를 곁들인 렉처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관객에게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연주하는 순서도 있다. 이 공연실황과 미도리의 음악인생을 담은 다큐 프로는 일본 전역에 방영할 계획이다.

미도리가 비영리 재단 '미도리와 친구들'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92년. 뉴욕에선 각급 학교에 무료 공연은 물론 음악 교육 프로그램과 악기를 제공했고 일본에선 학교·병원 방문공연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렉처 콘서트를 해왔다.

그가 장영주·막심 벤게로프·길 샤함·힐러리 한 등 후배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신동 바이올리니스트'의 자리를 물려준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이 낳은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이지만 국내 음악계 발전이나 미래의 청중 개발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연주자는 거의 없다. 외국에서보다 비싼 개런티를 받으면서 고국 무대에 설 뿐이다. 미도리와 일본이 부러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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