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 전도사 이규행씨 소설 『행복한 달마』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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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경제신문 사장·문화일보 회장·중앙일보 고문을 지낸 원로 언론인 이규행(67)씨. 기자 활동 외에 그의 이력엔 미래와 회귀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1980년대 초부터 앨빈 토플러와 빌 게이츠의 저서를 잇따라 번역하며 '미래학 전도사'를 자임하는 한편으로 한국 고유의 사상을 꾸준히 연구한 것이다.

이씨가 최근 『행복한 달마』(백암출판사·1만2천원)라는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전설적 선승(禪僧) 달마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첨단의 미래학에 관심을 갖다 보니 정작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50살을 훌쩍 넘겼을 때의 일이지요."

미래를 활기 있게 개척하기 위해선 정체성 파악이 필수이므로 토플러와 달마의 만남은 이질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둘을 만나게 해야 된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살아 숨쉬는 '21세기 달마'를 주제로 한 책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달마 이야기는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현재 관심은 참선 등 수행을 하며 잊혀진 우리 사상을 복원하고 역사를 바로 잡는 일입니다."

이씨는 소설에서 우리 고대사에 관한 위서(僞書) 여부로 논쟁이 되고 있는 『천부경(天符經)』과 달마를 연결한다. 나름의 고증을 거친 작업이지만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어쨌든 달마가 깨달은 진리는 무엇일까.

"달마는 선불교의 조종이지만 스스로 종파를 이룰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절을 짓거나 불상을 제작하며 초능력 신비주의를 신봉하는 것을 금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부처님께 절하는 것마저 경계했습니다.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도는 무엇입니까.

"달마 어록에 보면 '오직 하나의 진법(眞法)이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하나는 바로 하나님이고 부처님이고 나이고 우주입니다. 인내천(人乃天)사상이 여기서 나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등 오늘날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는 것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 것들이지요."

이씨의 생각을 키워준 인물은 동서양 철학과 종교의 회통을 시도한 사상가 다석 유영모 선생이라고 한다. 이씨는 "바른 자세, 바른 마음, 바른 숨쉬기가 달마 선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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