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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소녀 수술 급한데 … 경찰, 범인 잡겠다 데리고 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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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수철(45)에게 학교 안에서 납치돼 성폭행당한 A양(8)은 사건 직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관과 함께 다시 범행 장소에 갔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경과 함께 학교에서부터 김의 집 부근까지 500m가량을 걸어다닌 것이다. 경찰이 범인 검거에 급급한 사이 A양은 육체적·정신적으로 2차 피해를 보게 됐다.

경찰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A양이 김의 집에서 탈출한 뒤 학교로 돌아온 시간은 7일 오후 2시30분. 김에게 성폭행을 당한 지 4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범행이 불과 몇 시간 전 멀지 않은 곳에서 이뤄졌다는 걸 알고 A양에게 “범인의 집으로 같이 가 보자”고 했다고 한다. 당시 A양은 국부와 항문에 심한 상처를 입어 수술이 시급한 상태였다. 기억을 더듬어 김의 집 근처까지 갔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은 그제야 A양을 성범죄 피해아동 원스톱지원센터가 마련된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후 A양은 6시간에 걸쳐 인공항문 수술을 받았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범인을 잡아 처벌하는 것에만 급급한 사이 피해 아동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며 “아동성폭행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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