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당 입당 공방 진실규명이 먼저

중앙일보

입력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북한 조선노동당 입당설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등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여당은 이 의원의 노동당 가입을 주장한 한나라당 의원 네 명에 대해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이에 맞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키로 했다.

이 의원의 북한 노동당 입당설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이 그제 국회 본회의 발언을 통해 제기했다. 주 의원은 한 시사주간지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이철우 의원이 1992년 노동당원으로 입당해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 부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재판과정에서 반국가단체 가입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고 즉각 이를 부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현역 의원이 북한 노동당에 입당했고 현재까지 암약하고 있다면 이는 우리의 헌정질서와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사태다. 법원 판결문만 보면 노동당기와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몰수했을 뿐 그가 노동당에 입당했다는 부분은 없다. 반국가단체인 '민족해방애국전선'에 가입하고 국가기밀 수집 탐지를 방조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문제는 가입한 단체가 중부지역당의 위장 명칭인지, 조선 노동당과 연계됐는지를 그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중부지역당이 노동당의 하부조직일 뿐만 아니라 민족해방애국전선은 조직 보안을 위해 사용한 위장 명칭이었다고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사실 확인은 미뤄둔 채 서로에게 삿대질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냉전수구 백색테러'라고 발끈할 게 아니라 보다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쳤어야 옳다. 혹시라도 이 의원의 전력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집권당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판결문 등에 대한 확인 없이 의혹부터 제기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다. 여야는 소모적이고 헛된 공방을 집어치우고 조속히 진실을 규명해 국민 앞에 공개하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