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가짜 유골 보냈나] 일본 법의학 과소 평가 '감정 불능' 기대한 듯

중앙일보

입력

최대의 미스터리는 북한이 왜 가짜 유골을 일본에 건넸느냐는 의문이다. 일본의 법의학 기술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3차 납치문제 실무협의에서 경제제재 카드까지 꺼내며 '안부 불명자'로 분류된 10명이 살아 있다면 돌려보내고 숨졌다면 확실한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그 전까지 "8명은 북한에 온 뒤 숨졌고 2명은 북한에 입국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확증을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궁지에 몰린 북한 측은 요코다의 유골을 내놓았다. 항아리에 담긴 유골은 심하게 불에 태워진 상태였다.

북한 측은 '감정 불능'이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요코다는 이미 숨졌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일본이 더 이상의 반론을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납치 문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덮은 뒤 수교회담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그런 계산은 빗나가고 말았다. 일본의 과학경찰연구소에선 감정을 못했지만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보유한 데이쿄(帝京)대학 법의학 팀이 본인의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평양 협의에서 북한 측이 보여준 진지한 태도로 보아 설마 가짜 유골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면서 "감정 불능이란 결과가 나왔더라면 북한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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