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電이 아닙니다 발효과학 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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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딤채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발효과학의 결정체입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도공조 황한규(55·사진)사장은 "딤채는 어떻게 하면 김치를 맛있게 보관할 수 있나 하는 '맛연구'부터 시작했다"며 보통 냉장고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黃사장은 70년대 한라그룹으로 입사해 85년부터 만도공조 전신인 만도기계에서만 잔뼈가 굵었고 딤채 개발부터 진두지휘한 딤채의 산증인이다.

"딤채를 만들기에 앞서 생화학·발효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김치연구실을 만들고,수천종의 미생물을 연구했죠. 지금도 김치의 맛과 관련한 연구자료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용량이 비슷한 다른 회사 제품보다 20만원 정도 비싼데도 양판점 김치냉장고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같은 연구가 힘이 됐다고 자랑했다.

또 고도화된 냉방기술을 요하는 자동차에어컨 기술로 통 안의 온도차를 1℃ 안팎에서 잡았고, 기계회사라는 강점을 살려 내부 알루미늄통을 이음새없이 한 재질로 만들어 냉기가 샐 틈을 없게 한 점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대기업들이 김치냉장고 시장에 속속 참여한 것도 딤채의 성공을 도운 요인으로 꼽았다. 경쟁은 시장을 키우게 마련이고, 큰 시장 속에서 차별화된 제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마케팅 지론이다.

그의 딤채에 대한 애정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한 제품을 세상에 처음 내놓고 대박을 터뜨렸다는 '성공의 경험'이 직원들에게 부도난 회사에 다니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지금도 사내 아이디어게시판에는 '이런 제품을 해보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쉴새없이 올라오고 있다.

만도공조는 97년 모그룹인 한라그룹의 부도로 99년에는 UBS캐피탈 등 외국회사에 몽땅 팔리는 수난을 겪었지만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비 35%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올해는 직원들 보너스를 1백50% 올리고, 성과급도 1백30만원씩 주기로 했다.

"외국기업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무엇인지 알았다"는 그는 "재벌그룹의 CEO 시절엔 오너 의중을 파악해 이를 실천하는 게 주된 역할이었으나 지금은 실적에 따라 매년 계약을 새로 하는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회사의 이익과 직원들에 대한 이익분배에 신경을 쓰게 되고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는 것이다.

黃사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김치는 저온에서 15일간 숙성할 때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며 김치전문가다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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