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R&B 대중화 선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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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21일 밤 서울 대치동의 스튜디오 부밍. 작곡가 겸 프로듀서 정연준(34)씨는 곧 발표될 여성 댄스 그룹 핑클의 새 앨범에 들어갈 노래 '돈 고 어웨이'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트랜스풍의 리듬이 인상적인 이 노래는 정씨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1991년 그룹 모래시계에 곡을 주면서 작곡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초창기엔 가수를 겸해 94년 MBC드라마 '파일럿'의 주제곡을 만들어 직접 불렀고, 그 해 자신의 솔로 앨범을 냈다. "형에게 배워 초등학교 5학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처음 곡을 만들어본 건 중학교 2학년 때였고, 고등학교 땐 친구들과 스쿨 밴드를 조직해 활동했죠."

그는 96년 힙합 그룹 업타운의 1집을 프로듀싱하면서 작곡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1집 '다시 만나줘', 2집 '내 안의 그대'등이 연달아 히트해 주목받았다. 이후 DJ DOC의 '아무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어', 타샤니의 '하루 하루'등 히트곡으로 인기 작곡가 대열에 합류했다. 조관우의 '사랑했으므로'도 그가 만들었다.

정씨는 특히 힙합과 리듬 앤드 블루스(R&B)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 힙합의 선구적인 앨범인 듀스 1,2집의 디렉터가 그였고, 업타운 앨범들을 프로듀싱해 대중화했다. 그가 타샤니를 통해 일반에 널리 알린 R&B는 이제 가요계의 주류 장르가 됐다. 지난해 선보인 박화요비 2집의 '자존심'등도 그의 곡이다.

영화 '비트'와 '할렐루야'의 삽입곡들을 만들었던 정씨는 지난해엔 지영선이 부른 SBS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주제곡 '차라리'를 만드는 등 가요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업타운 일본 진출 앨범에 도전하는 한편 본격 트랜스 앨범 제작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글=최재희·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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