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 과제 <6> 철길을 살리자 (上) :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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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진국은 도시를 만들 때 철도부터 생각한다. 일본·유럽은 말할 것 없고, 미국 같이 땅이 넓은 나라도 뉴욕·시카고 등 대도시는 지하철이나 전철이 우선이다.

일본은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를 개발할 때는 아예 법(일체화법)으로 도시철도부터 계획하도록 못박고 있다. 역세권의 복합개발을 통해 공공철도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쿄(東京)권은 반경 20~50㎞에 10여개의 신도시가 산재해 있으나 주민 대부분이 전철을 이용해 도쿄 도심을 오간다.

또 도쿄 도심의 건물은 주차공간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주차장이 없으니 차를 끌고 들어갈 수도 없다. 자동차 통근이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보통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자전거와 전철이 보편적인 출퇴근 수단이다. 도쿄 인근에 국제화·정보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도시로 건설한 임해 부도심에선 고가궤도를 무인(無人)자동운전하는 전철 '유리카모메'가 이 지역 통행자의 절반을 실어 나른다.

우리는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도로부터 건설하고 입주가 다 끝난 뒤 한참만에야 지하철을 개통했다. 이미 도로에 익숙해진 신도시 주민들을 뒤늦게 지하철로 유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교통을 철도로 해결했다.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모두 TGV가 운행되는 도시에만 배치했다. 또 고속철에서 경기장까지는 도시철도를 연결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요즘 유럽의 여러 도시에선 20세기 중반 사라졌던 전차가 되살아나고 있다.

독일 쾰른시는 지하철에 비해 투자액이 적은 노면전차를 재건했다. 92년부터 14개 노선, 총연장 1백46㎞를 운행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베를린 등은 신형 경전철을 도입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영국 크로이든 등에서는 바닥이 낮고 편리한 신개념 노면전차가 등장했다.

자동차교통으로 유명한 미국 로스앤젤레스도 90년 35.4㎞의 노면전차를 개통했으며 총연장 6백50㎞에 달하는 도시철도 건설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전세계의 3백34개 도시에서 노면전차나 경전철이 부활해 대중교통수단의 새 중심축을 맡고 있다. 도로 위에 자동차 대신 전차가 달리게 한 것인데, 환경오염과 교통 체증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철도라는 생각에서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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