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밝힌 韓·美 정상회담 : "부시 對北강경 소신 안굽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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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느끼고 믿어왔던 소신에서 한발짝(one inch)도 물러서지 않았다."

콜린 파월(얼굴) 미국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평소의 강경한 소신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22일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수행하고 귀국하던 중 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털어놓고, "金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대화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남이건, 북이건 모든 한국 사람은 한 민족이라고 느낀다"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인식시키려 애썼다고 파월 장관은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과 비무장지대(DMZ)에 접한 도라산역 연설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강력한 지지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파월 장관은 또 정상회담에서 '악의 축' 발언이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악의 축'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넌더리가 난다는 듯 '악의 축'을 영국식 속어인 '끔찍한 용어(bloody term)'라고 표현하고, "두 정상은 '악의 축'과 관련한 말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이란 자극적인 용어를 쓰는 대신 북한에 대한 우회적인 언급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북한이 몇주 전보다 훨씬 더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옹호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사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江주석은 이에 대해 확답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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