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고지 턱밑서 뉴욕發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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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엔론사에서 촉발된 분식회계가 미국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는 1.59%, 나스닥지수는 3.02% 떨어졌다. 일본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되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20일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1천9백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9일까지 소폭에 그쳤던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날 크게 늘어나자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대규모 순매도는 미 증시하락 여파에 따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엔론사태로 인한 미 주가 폭락이 한국에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먹구름이 짙어진 해외증시가 한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미 분식회계 여파 확산=미 CNN방송은 19일 주가가 폭락하자 "분식회계에 눈이 먼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을 입증하는 지표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CNN의 지적대로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자동차판매를 제외한 지난달의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2% 늘어났다.

그럼에도 미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하는 것은 엔론에 이어 IBM·시스코 시스템스·타이코 등 우량기업들의 회계마저 불신받고 있기 때문.

특히 19일 미 증시에서는 IBM 마저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자 미 증시가 출렁거렸다. IBM은 자산매각을 통해 얻은 이익을 특별손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영업이익의 일부인 것처럼 처리했다.

◇국내 증시 영향은=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일본의 증시 폭락이 한국에는 득이 된다"며 "미국과 일본 대신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척된 한국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부지점장은 "최근 미국의 주가하락은 경기보다는 회계에 따른 문제"라며 "투명성이 높은 일부 국내 대형우량 종목들은 투자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미 증시가 회복되지 않으면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주가가 급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들어 외국인 매매는 미 나스닥지수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나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진 날은 외국인이 주로 매도에 나섰고, 많이 오른 날은 사들이는 경우가 잦았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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