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금 "한국 증시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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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계 자금이 한국 증시로 몰려오고 있다. 침체의 수렁에 빠진 일 증시보다 상승세를 탄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투신운용은 일본 신코(新光)증권이 일본 내 개인·기관을 대상으로 모집한 '코리아 액티브 펀드'와 투자계약을 하고 21일부터 펀드 운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주로 한국 증시의 성장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신코증권은 2000년 신니혼(新日本)증권과 와코(和光)증권이 합병해 세워진 업계 4위의 증권사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계 자금의 한국 증시 투자규모는 지난해 중반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참조>

◇늘어나는 일본계 자금의 한국투자=신코증권의 '코리아 액티브 펀드'는 21일 1차로 1백74만달러(약 22억6천만원)가 들어온다.

또 다음달 중 일본에서 신코·대신투신운용의 대대적인 공동 마케팅을 통해 펀드규모를 3백억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펀드운용 계약을 추진한 대신증권 안용수 이사는 "현재 일본 내에는 한국에 투자하는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당초 설정한 목표액 3백억원은 무난히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본 굴지의 증권사인 A증권도 조만간 '코리아 펀드'를 만들어 굿모닝투신운용에 펀드 운용을 맡기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와(大和)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코리아 펀드' 조성을 위한 검토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대부분의 일 증권사들이 3월 결산법인이라 본격적인 '코리아 펀드 붐'은 4월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SK투신운용과 신한투신운용도 현재 일본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일본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무엇보다 일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 닛케이종합지수는 지난 6일 18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장기불황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게다가 금융권의 이자도 제로 수준이어서 돈을 굴릴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또 하나는 한국증시의 성장성이다. 올 한해 신흥시장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의 약세에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는 등 믿고 맡길 만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 '코리아 펀드'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한국증시가 활황을 보였던 1990년대 초반 한국증시에 몰렸다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데다 4월부터 실시되는 예금보호상한제 등으로 금융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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