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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문화 키워드] 대중가요 '708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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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사는 모양이다. 덕분에 70~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음악의 주인공들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동경국제가요제 입상시절의 송골매, 김수철, 조용필.(위에서부터) [중앙포토]

"대학 동창회들이 서로 경쟁하듯 티켓 단체 구매에 나서는 재미있는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구창모.김수철.건아들.샌드페블즈.장남들.옥슨80 등 추억의 가수들을 한 무대에 모아 놓은 '7080 콘서트'로 짭짤한 재미를 본 공연기획사 컬쳐피아 황규학 대표는 입이 귀에 걸렸다. '7080 콘서트'는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16개 도시를 돌며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LA.워싱턴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10대에, 콘서트에서는 20대에 밀려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던 30~50대(70~80년대 학번)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달에만 100개가량의 콘서트가 쏟아지면서 티켓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에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필 예술의 전당 콘서트', '나훈아 디너쇼', 송창식.최백호.윤시내 등이 나오는 '오색오감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했다.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2004년 연말 결산을 한 결과 김영임 효 콘서트(16위), 조용필 필&필 투어(20위), 엘튼 존 내한 공연(21위), 이문세 소창회(25위), 양희은 드라마 콘서트(27위), 7080 빅 콘서트(28위) 등 30대 이상을 노린 10개 공연이 티켓 판매 순위 50위권에 들었다. 올 한해 열린 대중음악 콘서트가 모두 850개라는 걸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표인 셈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0대 이상을 위해 기획된 공연 자체가 드물었다. 그러나 요즘엔 오히려 구매력 있는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인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7080 콘서트의 히트 이후 '대학가요제 콘서트''추억의 낭만 콘서트' 등 '유사 상품'도 쏟아져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추억'을 판다는 것이다. '추억의 낭만 콘서트'는 '어니언스' 이수영과 임창제 재결합 선언 등의 이슈를 몰고 나오기도 했다.

사실 7080 콘서트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시작된 건 KBS-1 TV가 올 초 신년 특집으로 마련한 열린음악회 설 특집 '7080-추억의 그룹사운드'편. 이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뒤 브라운관 밖의 무대가 기획된 것이다.

결국 KBS-1 TV는 지난달부터 배철수를 MC로 한 프로그램 '7080콘서트'를 신설했다. '다섯손가락' 등 70~8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출연해 노래도 하고 지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일요일 오전 1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라 시청률은 1%를 넘나드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신청곡 게시판에는 산울림.백두산.한마음.활주로.티삼스.이치현과 벗님들 등 옛날 가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7080이 올 한해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7080의 열풍은 콘서트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그마.작은하늘.키브라더스 등 추억의 명반이 CD로 속속 복각됐다. 불법 MP3가 유통되면서 젊은층에게는 더 이상 CD를 팔기 힘든 음반 시장 상황에다 복고 열풍이 한몫했다. 이수영.서영은 등은 70~80년대 유행 가요를 리메이크한 음반을 발매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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