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따라잡기' 日 지자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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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 미야자키(宮崎)현의 츄망 쇼이치(中馬章一) 상공노동부 장관이 현을 소개하는 자료를 한보따리 들고 19일 저녁 우리나라를 찾았다.

미야자키현은 한국과 가까운 규슈(九州) 남동부의 관광지. 하지만 츄망 장관의 이번 방한은 관광상품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첨단 벤처기업을 유치하라"는 현정부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미야자키현은 20일과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과 대전 롯데호텔에서 설명회를 열고 국내 벤처기업 유치활동에 들어간다.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지방정부가 정보기술(IT)산업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켜 보겠다며 한국 벤처기업에 손짓을 보낸 첫 사례다.

미야자키현에서 한국의 벤처기업을 '구원투수'로 뽑은 것은 인터넷 인프라 구축, 응용기술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 따라 일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은 현지에 지사 등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일본 열도 공략을 준비 중이다.

◇한국 벤처기업 모시기=미야자키현 정부는 현 내 미야코노조(都城)시의 산업정보대학 안에 일본 최초로 한국 벤처기업 전용단지인 '한일IT지원센터'를 설립, 20개의 한국 벤처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정식 입주는 5월부터.

이 센터에 입주하면 초고속 통신망 사용료의 80%를 3년간 보조받을 수 있고, 연간 2%짜리 저리 융자도 현정부가 알선해 준다.

또 현지인을 종업원으로 고용할 경우 1인당 30만엔(약 3백만원) 정도의 고용장려금도 받는다. 번역·통역 및 정보수집을 도와줄 현지 주민 3명도 공짜로 지원받는다.

이처럼 현정부가 한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기업의 인터넷 관련기술과 경험을 배워 IT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 한국 벤처를 유치함으로써 인터넷 붐을 일으키고 고용창출 등의 부수적 효과도 얻자는 것이다. 특히 현내 각 지역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엮는 '정보하이웨이21'프로젝트에 필요한 기술을 한일IT지원센터에 입주한 한국 기업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 기업 중 하이홈이 인터넷 데이터센터에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키로 계약했고, 지오이네트는 컴퓨터 백업시스템을 납품했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IT컨설팅을 받는 지방정부도 속속 생기고 있다. 삼성SDS는 2000년에 일본 기후(岐阜)현 지방정부의 IT산업진흥정책을 컨설팅한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니가타(新潟)현 정부를 상대로 IT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일본열도를 공략하라=일본 지방정부의 제안에 대해 한국 벤처기업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20일 열릴 미야자키현 설명회도 당초 1백명 정원이었으나 1백78개 회사가 신청했다.

하이홈의 최재학 사장은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뚫기 위해서 지방정부의 물질적·법률적 지원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현지에 지사를 설립,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일본 지자체 등은 한국 기업의 경험과 기술을 배우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시장을 열어주는 데는 극히 인색하다. 대부분의 지방 정부가 한국기업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도 돈이 되는 전산화 프로젝트에는 한국 기업을 참여시키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삼성SDS 일본사업총괄 이동희 사업부장은 "때문에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기업간, 사람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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