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한 美언론 반응 NYT "햇볕정책 지지해야" AP "대북입장 안바뀔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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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언론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 가운데 특히 도라산역과 비무장지대(DMZ)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DMZ를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장(場)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8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휴전선 배치 병력의 일부를 후방으로 물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북·미관계는 상당기간 외교적 교착상태가 계속돼 냉전의 마지막 전선에서 무력시위와 벼랑 끝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판문점 르포기사를 내보낸 AP통신은 "역대 미 대통령들의 DMZ 방문은 북한의 침략에 대한 응징의지를 과시하는 의식(儀式)이 돼 왔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50년 동안 거의 바뀐 것이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대북 강경 자세를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언론들은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에 우려를 나타내며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반도 외교 살리기'란 제목의 18일자 사설에서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서 심각한 차이점을 보여왔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보다 적절하고 미래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북한은 재래식 무기 감축협상에 응할 의사를 보이고 미국과의 합의를 존중하는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이라크·이란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한편 LA 타임스는 18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부시의 방한이 반미주의를 자극해 대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악의 축 발언이 한국에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의사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적 논조의 워싱턴 타임스도 "한국에는 부시의 발언이 햇볕정책에 타격을 주었다고 풀이하는 견해가 많다"며 "서울에서의 부시 발언은 그 내용에 따라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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