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순 교수의 과학에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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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분야는 다수의 평범한 과학자들보다 소수의 천재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선도되는 경향이 많다.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이 어렵고 힘들다며 기피하더라도 몇몇 탁월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헌신하게 되면 과학기술은 그나마 최소한의 명맥은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과학 영재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재들은 자신들끼리 뛰어난 재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계승하는 경향을 띤다. 20세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스승과 제자 관계에 있었다는 것은 영재들 사이의 계승 형태가 얼마나 직접적인지를 말해준다. 이에 따라 영재들을 육성할 때에는 획일화한 교육보다 각자의 특성과 능력에 적합한 맞춤 교육, 즉 개별적인 사사 교육을 실시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교육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한 곳이 19세기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이다.

그 당시 영국이 배출한 유명한 과학자들의 상당수는 우등졸업생 전문 메이커(wrangler maker)라는 명성을 갖고 있었던 케임브리지대학의 개인 교수인 윌리엄 홉킨스(William Hopkins) 밑에서 수학 트라이퍼스라는 졸업시험을 준비하며 과학기술을 배웠다.

오늘날 과학기술 교과서 어디를 살펴보아도 윌리엄 홉킨스라는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홉킨스라는 이름은 비록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그에게 개인적으로 배운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름은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점성 유체의 행동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G G 스톡스, 열역학 및 전자기학 연구로 유명하며 훗날 켈빈 경이 된 윌리엄 톰슨, 사원수(quaternion)의 연구로 유명한 수리물리학자 피터 G 테이트, 매트릭스와 공간 기하학 연구로 현대 순수 수학의 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한 아서 케일리, 고전역학의 권위자이며 탁월한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존 루스, 고전전자기학을 확립한 제임스 C 맥스웰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부는 우수한 영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하기 위해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달 초 공청회까지 마쳤다. 우리의 과학영재학교에서도 비록 자신은 과학자로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수많은 탁월한 과학자들을 길러낸 홉킨스와 같은 위대한 스승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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