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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천방지축 그녀, 웃음 몰고 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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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감독 : 비반 키드론

주연 : 르네 젤위거.콜린 퍼스.휴 그랜트

장르 : 코미디 등급 : 15세

홈페이지 : www.bjd2.co.kr

20자평 : 사랑하면 불거져 나온 뱃살도 예뻐 보인다는 말, 정말일까?

그 뒤 브리짓 존스는 어떻게 됐을까. 3년 전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노처녀 브리짓(르네 젤위거)이 숫기없는 변호사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연애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속으로는 애타게 뜨거운 연애를 원하면서 겉으로는 평범한 얼굴과 통통한 몸매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남자 만나기를 두려워했던 그녀. 바람둥이 직장 상사 다니엘 크리버(휴 그랜트)에게 버림받고 방황하다 찾은 귀한 사랑이었다.

그 브리짓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이라는 후속작에 실려 돌아왔다. 세상은 3년이 지났지만 영화 속에서는 딱 1년이 지나 다시 연말. 브리짓은 마침내 해피엔딩을 찾았다고 외친다. 도대체 한 해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화면은 브리짓이 마크와 사귄 지 6주가 지난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우린 황홀한 사랑을 71번이나 나눴다. 마크는 완벽하다. 주정뱅이도 변태도 아니고, 정력 끝내주고, 직업은 변호사. 정말 '울트라 킹카'다. 이제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벽을 긁던 시절은 지났다"고 속삭인다.

이제 브리짓이 바라는 것은 그럴 듯한 남자 친구가 아니라 '킹카' 애인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는 일.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안달복달하는 것은 전편과 마찬가지다. 뱃살은 여전하고, 덤벙대며 좌충우돌하는 성격도 변함없다. 사고뭉치 방송 리포터인 자신과 달리 잘나가는 인권 변호사인 남자 친구. 그의 곁에는 미녀 인턴 직원까지 있으니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가….

분위기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러브 액츄얼리'와 흡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사가 이들 작품을 만든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인 데다 각본도 리처드 커티스라는 같은 인물이 썼다.

결말이 평범해서 그런지 영화는 앞서 개봉한 나라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편은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웃음을 끌어내는 에피소드만 배열된 느낌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 뉴욕 타임스는 'F'학점을 매기기도 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주변 인물에 시각이 분산돼 어수선한 느낌이었던 전편보다 이야기의 흡인력이 높아져 재미를 더 느낄 수도 있다. 젤위거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전보다 좋아졌다.

감상 메모=① 젤위거는 이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11㎏ 늘렸다가 다시 뺐다. 살찌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그리고 최소한의 양만 먹고 운동을 하는 것이 그녀가 밝힌 체중 조절의 비결. ② 젤위거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영국인이 아닌 미국인. 연습을 통해 영국인도 속을 정도의 영국식 악센트를 배웠다. ③ 또다시 병적으로 성에 집착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휴 그랜트. 이번에는 태국에서 매춘부와 사랑을 나눈다. 그는 실제로 1995년 미국에서 성매매 혐의로 붙잡혔다. ④ 영화에서 브리짓은 태국에서 마약을 밀반출한 혐의로 체포된다. 실제로 많은 영국 젊은이가 동남아에서 마약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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