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복동 자전거’ 근대 문화재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근대문화재가 되는 ‘엄복동 자전거’. 엄선수는 1929년 은퇴 후 후배에게 자전거를 물려줬다. [문화재청 제공]

식민지시대 스포츠 영웅이었던 엄복동(1892~1951·아래 사진)의 자전거가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엄복동 자전거를 8일 근대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엄복동은 1910년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에서 일본인 선수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등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를 자랑스러워한 식민지 조선인들은 우리나라 1호 비행사였던 안창남과 엮어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유물은 영국 러지(Rudge-Whitworth)사에서 1910~14년에 제작한 경주용 자전거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자전거이기도 하다. 바퀴 틀이 나무로 돼 있고 전면 상표에는 7자리 숫자 ‘1065274’가 표기돼 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 자전거다. 문화재청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77~99년 개최된 ‘엄복동배 전국사이클경기대회’의 마지막 회 개최일(99년 8월 24일)에 맞춰 8 월 24일 문화재로 공식 등록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전차 381호’와 숙명여고의 전신인 명신여학교에 고종 황제의 순헌황귀비 엄씨가 하사한 ‘명신여학교 태극기·현판·완문’도 함께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전차 381호는 일본 차량회사에서 1929년 무렵 제작해 30년부터 68년까지 서울 시내를 운행한 전차다. 명신여학교 태극기와 현판은 순헌황귀비 엄씨가 자신이 1906년 설립한 명신여학교에 하사한 것이다. 완문(完文·조선시대와 대한제국기 관청이 발급한 승인 문서)은 1907년 5월 영친왕궁에서 명신여학교에 토지를 하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서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