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팀 숙소가 철통보안? 1만5000원 주고 들어갔다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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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북한 대표팀이 묵고 있는 프리테아호텔 로비에 인공기가 걸려 있다. [프리토리아=최원창 기자]

북한 선수들은 방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고, 철통 보안일 줄 알았던 북한 숙소는 의외로 허술했다.

7일 오후(한국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33㎞ 떨어진 북한 대표팀 숙소 프리테아호텔을 찾았다. 숙소에는 헬리콥터도, 장갑차도, 무장경찰도 없었다. 경찰 4명만 달랑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50여 명의 무장병력이 지키는 한국 대표팀 숙소(루스텐버그 헌터스 레스트 호텔)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요하네스버그에서 루스텐버그로 이동할 때는 헬리콥터까지 따라오며 경호했지만 북한 버스에는 경찰차 한 대가 호위할 뿐이었다.

입구에 있던 여자 경찰들은 “코리아에서 취재 왔다”는 말에 경계하는 듯하더니 곧 기자의 출입을 허용했다. 경찰을 따라 들어간 호텔 입구 천장에는 인공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북한 대표팀 버스가 서 있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경계 병력은 없었다.

호텔 로비에도 온통 인공기가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를 만났다.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하자 “방 안에서 쉬고 있다. 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오후 5시 공개 훈련이 예정돼 있다. 그때 취재할 수 있다”고 알려 줬다. 예상했던 북한 기관원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저 한산하기만 했다. 다시 호텔 입구로 나오자 한 경찰이 대놓고 ‘수고비’를 요구했다. 100란드(약 1만5000원)를 건네니 오케이였다.

북한팀 훈련을 취재하기 위해 숙소에서 18㎞ 떨어진 마쿨롱 훈련장을 찾았다. 이곳은 흑인 밀집지역인 템비사 안에 있어 꽤 위험한 곳이다. 지난 2일 남아공 입성 후 비공개 훈련만 해 온 북한 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보기 위해 AFP통신·교도통신을 비롯, 북한과 한 조인 브라질과 포르투갈 기자들도 모여들었다.

하지만 북한 대표팀이 도착하기 직전 남아공 경찰들이 “오늘 공개 훈련은 취소됐다. 다음으로 미뤄졌다. 모두 경기장 밖으로 나가 달라”며 기자들을 내쫓았다. FIFA가 정한 공개 훈련을 취소한 이유를 묻자 “나는 경찰일 뿐이다. 연기된 이유를 나에게 묻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장 밖에서 정대세(26·가와사키)의 뒷모습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북한 대표팀을 쫓아다녔지만 북한팀은 여전히 베일을 벗지 않았다.

프리토리아=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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