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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가과제 <5> 노인에게 일자리를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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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재 전국에는 5만여 곳의 경로당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우리만이 갖고 있는 값진 노인복지 인프라다. 하지만 말이 '경로(敬老)'지, 잠시 여가를 보내는 공간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경로사상 운운할 뿐, 정작 노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갖추지 못했다. 정부에서 연간 난방비로 고작 30만원을 주는 게 지원책의 전부다.

진지한 노인정책 수립에 걸림돌이 될 바에야 차라리 경로당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협성대 이근홍(사회복지)교수는 "기존 경로당을 노인복지의 일선 핵심조직인 가칭 '실버클럽'으로 확 전환하자"고 말했다. 조직은 유지하되 그 기능을 완전히 뜯어고치자는 주장이다.

사실 한국 노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최근 20년 새 평균수명이 10년이나 늘었지만 여전히 55세쯤이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핵가족화의 진전으로 가정에서도 설 땅이 좁아졌다. 이런 절박한 상황인데도 우리는 30~40년 전에나 맞는 경로당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요원 한 명이 10~30개의 경로당을 맡게 한 뒤 관내 구청·복지관·의료기관·대학·기업 등과 연계해 구직·봉사·의료·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실버클럽본부를 설치해 노후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하며, 지역별로는 기존 노인복지관(전국 1백43곳)이 실버클럽을 지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각종 지표로 볼 때 노인복지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이다. 60세 이상 노인 중 자원봉사자는 6.7%에 불과하다. 미국은 40%, 호주는 17%가 참여한다. 각종 요양시설의 수혜 노인 비율도 전체의 0.48%에 불과하다. 선진국(5~7%)과 비교가 안된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골드플랜 21(2000~2005년)'처럼 노후 생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범국가적인 장기 노인복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대 최성재(사회복지) 교수는 "선진국들은 1930, 40년대부터 장기대책을 세웠는데도 고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전문가들은 능력있는 노인을 실비만 지급하는 지역지도원으로 대거 위촉해 청소년 교육·문화재 보호 같은 지역공헌 업무를 맡기고, 가정간호 전문요원을 대거 양성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신성식·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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