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꽃장식 한인이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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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인 플라워 디자이너(행사장 꽃 장식 전문가)가 다음달 24일 열리는 제7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꽃 장식을 맡는다.

주인공은 프리미어(premiere) 디자이너 케빈 리. 개막식장 담당자를 뜻하는 프리미어 디자이너는 플라워 디자이너 중에서도 극히 드물다.

그는 "최고의 행사를 맡게 돼 기쁘다. 모든 참석자들이 탄성을 지를 만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리의 경력은 화려하다. 에미상 등 각종 시상식은 물론이고 꽃으로 가득했던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의 결혼식 장식도 그의 솜씨다. 바닐라 스카이·알리·반지의 제왕·블랙 호크 다운·크로스 로드 등 유명 영화의 시사회장 꽃 장식도 숱하게 맡았다.

케빈 리의 사무실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 건물에 있다. 직원은 35명. 영화 시사회 한 건당 30만~40만달러를 받는 그는 지난해 5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케빈 리는 "1979년 미국에 온 지 20여년 만에 프리미어 디자이너로 인정받게 된 것은 중간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 디자이너로서의 명성 때문에 유명인들의 파티 꽃 장식도 곧잘 맡는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만족이 훨씬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까다로운 고객의 취향에 맞추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심한 꽃 향기 알레르기가 있어 향기가 없는 꽃으로만 행사장을 장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장례식 때는 고인의 부인이 장례에 흔히 쓰는 흰 꽃 대신 오렌지색 꽃을 쓰자고 고집을 부려 설득하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케빈 리는 앞으로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주요 소재를 상품화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주본사(LA)=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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