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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월드컵 덕 좀 보자" 기업들'그림자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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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나이키는 애틀랜타 시내의 대형 광고판을 모두 빌려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어서 주경기장 주변에서 광고를 못하자 아예 시내 전역에 있는 대형 광고판을 임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이젯 프린터를 판매하는 '아이러브사커'행사를 열면서 '대한민국 16강을 기원하며 피버노바 축구공을 쏜다'는 캠페인을 했다. 누가 봐도 '월드컵 16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지만 '월드컵'이란 표기를 안했다.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컵 붐이 일어나면서 공식 후원업체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기업들이 '매복(Ambush)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너도나도 우회적으로 판촉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공식 후원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조직위원회도 월드컵 엠블럼 등을 무단 사용할 경우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월드컵 덕 좀 보자=월드컵 엠블럼·공식표기 등을 사용하며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의 현대자동차·KT 등과 일본 도시바·필립스 등 15개 업체. 이밖에 주택은행·현대해상 등 6개 업체는 국내에서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월드컵 엠블럼·마스코트 등은 물론 '월드컵'이란 표기도 쓸 수 없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한국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등장해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의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표기나 엠블럼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업체 자격을 획득, 우회적으로 월드컵 붐을 활용한다. 일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포털 업체 등도 이같은 '매복 마케팅'을 준비하거나 추진 중이다. 이는 올해 월드컵을 계기로 관련산업의 상당한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 특히 가전업계에선 TV·DVD플레이어 등은 약 30%, PDP 등 디지털TV는 1백%까지 매출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대형TV는 60%, 와이드TV는 3백%나 수요가 늘었다.

◇지적재산권 보호 나선 조직위원회=조직위 법무실의 최수영 담당관은 "후원업체가 아니면서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지적재산권 위반이 될 수 있어 업체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A전자와 B백화점이 월드컵 판촉행사를 벌이려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중단한 바 있다.

공식 후원업체인 KT의 관계자는 "큰 돈 들여 공식 후원업체 자격을 딴 만큼 독점업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FIFA의 마케팅 대행업체인 SM코리아의 백경대 차장은 "기업들의 위법 사례를 취합, 경고를 하고 그래도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미 FIFA는 해외에서 3~4건의 위반 사례를 발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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