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官로비 포위망 좁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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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김봉호 전 의원이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李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특검팀 수사가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벌여온 李씨와 주변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척 등을 통해 金전의원 말고도 몇몇 정치인에게 李씨의 돈이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만 무성할 뿐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들이 서서히 노출될 것인지 정치권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포착된 또 다른 정치인들=특검팀은 李씨와 가족들은 물론 사업 초기부터 금전 거래를 해온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수감)씨와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에 참여한 허옥석(수감)씨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李씨가 역시 측근인 朴모씨를 통해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L의원에게도 정치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정확한 자금의 규모와 성격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계좌추적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 로비의 실체도 상당부분 벗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특검팀은 李씨가 지난 해 초 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을 통해 챙긴 2백56억원의 사용처 규명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李씨가 총선 전 정치권에 전달했다고 한 돈과는 출처도, 시기도 다른 거액인 만큼 사용처를 캐면 더 많은 인사들의 관련사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李씨가 정치권 인사들이 자주 오가는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실세 정치인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씩을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호씨 돈인 줄 몰랐다" 주장=14일 李씨 돈을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던 金전의원은 15일 "당시 朴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쓴 것은 사실이지만 이 돈이 李씨에게서 나온 것인지 몰랐다"며 "당시 朴씨에게 영수증을 발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현행 정치자금 관련법상 법인은 지구당 후원회에 5천만원(개인자격으로 줄 때는 2천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미 金전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둔 상태다.당시 거래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품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金전의원 외에 李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정치권 인사로는 민주당 강운태(姜雲太)·박병윤(朴炳潤)의원과 조홍규(趙洪奎ㆍ현 관광공사 사장)전 의원 등이 있다.

李씨가 지난 해 국정감사장에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2천만원씩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며 거명한 인사들이다. 그러나 세 사람은 적법한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다만 전 청와대 공보수석실 국장 오상범(吳相範ㆍ40)씨가 총선 출마 전 李씨로부터 2천만원을 불법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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