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정말 풀어줬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북한에 몰래 들어가 20개월 만에 다시 탈북한 귀순자 유태준(34)씨의 귀환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 감옥을 탈출했다는 증언이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난 데 이어 입북·재탈북 경위와 정부의 대처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14일 밤 해명자료를 내고 "씨를 적법절차에 따라 국내에 입국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문점은 남는다.

첫째, 보위부에서 탈옥했다는 거짓말에 대해 씨의 어머니는 "김정일(金正日)의 특별지시로 풀려난 아들이 그걸 밝히면 북한에 이익이 될까봐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필로 사면을 지시했다는 대목은 쉽게 납득이 안간다. 또 탈북 경력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열차·도보로 북한 땅을 휘젓고 다녔다는 것은 북한의 통제체제를 고려할 때 상상하기 어렵다.

둘째, 씨는 서울 입국시 새 한국 여권을 소지했다. 이에 대해 씨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사실을 관계당국에 알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해명자료에서 "중국 지린(吉林)성 공안청의 요청으로 지난달 17일 씨가 한국인임을 통보했다"고 밝혀 증언이 엇갈린다.

셋째, 9일 서울에 도착한 씨를 이틀 만에 풀어준 것은 일반 탈북자도 몇주 동안 조사하는 관례로 볼때 의아하다. 관계당국은 "인신구속 시한인 48시간을 넘기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관리가 필요한 씨를 곧바로 언론과 접촉시켰다.

넷째, 그가 중국으로 출국한 직후 곧바로 입북한 배경도 아리송하다. "아내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북한 경비병에 속아 들어갔다"는 씨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씨는 북측이 주선한 기자회견 때 부인 崔모씨를 먼발치에서 봤지만 만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고 국정원은 그가 '상면체류'했다고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입북을 감행했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대목의 설명이 미심쩍은 것이다.

관계당국은 씨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받자 그의 대외접촉을 중단시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