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신탁 잘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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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은행권의 부동산투자신탁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이 투자처를 선정하고 자금관리도 비교적 잘하는 데다 수익률도 정기예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신탁이란 은행이 수익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 관련 투자를 하는 일종의 특정금전신탁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부동산 매입과 개발도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상품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회사에 사업자금을 대주고 있다. 2000년 7월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놓은 국민은행이 분양권 매입이나 유동화증권에 투자했을 뿐이다.
지난해 말까지 국민은행이 16개 펀드를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하나·조흥·한빛·한미·외환·산업은행 등 7개 은행이 총 39개 펀드(7천7백79억원)를 조성했다. 만기는 12~24개월로 비교적 짧으며, 상품별로 7개월이나 36개월 만기의 상품도 있다. 중도 환매는 허용되지 않으며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양도도 허용하지 않는다.
신탁상품인 만큼 확정수익률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행이 상품구성 단계부터 안전한 투자대상을 선정하는데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부동산이나 분양권을 담보로 잡는 등 회수대책까지 마련해 놓고 있어 예상수익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청산·배당을 마친 4개 펀드의 수익률은 연8.7~12.3%(세전)수준으로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3~5%포인트 높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값이 오르고 펀드 수도 많아져 최근 판매된 펀드는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지만 여전히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2%포인트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마다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파는 날에는 고객들의 신청이 몰려 판매 시작후 2~3분 만에 매진된다.
은행들도 상품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올들어 한빛은행이 1백억원과 50억원 규모의 2개 펀드를 판매했다. 하나은행도 8일부터 1백40억원을 남양주 아파트 건설에 투자하는 7호 펀드를 판매하는 등 올해 부동산투자신탁 규모를 1천5백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이달 말 8백억원 규모의 17호 상품을 내놓는 등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권에서 7천억원 규모의 신탁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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