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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이철우 의원 92년 노동당 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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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 이철우(44)의원이 북한의 조선노동당에 가입했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놓고 여야가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 시사주간지인 '미래한국신문'이 보도한 기사를 인용해 이런 주장을 하면서 본회의장은 금세 고함과 욕설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의원은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 "'대둔산 820호'아니냐"=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1992년 북한 노동당원으로 입당해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부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한 161명 중에 몇 명의 노동당원이 포함돼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박승환 의원은 "신문 보도를 통해 이 의원이 간첩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열린우리당이 미군 철수와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도 "이 의원 문제는 심각한 것이므로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국회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심장부이기 때문에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열린우리당 의석에선 "누가 간첩이야" "이 살인마 집단"이라는 등의 고함이 터졌다.

이에 앞서 '미래한국신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92년 국가정보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작성 문건에 따르면 이 의원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현지 입당하고, 당원 부호를 부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 의원이 연루됐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북한이 당 서열 22위인 간첩 이선실을 남파했던 건국 이후 최대 간첩사건"이라며 "이 의원은 노동당 하부조직인 중부지역당 총책 등에게 포섭돼 다른 주사파 핵심분자들과 함께 노동당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 "조작된 것이다"=이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노동당 가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정형근(한나라당 의원) 안기부 차장도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기소사실이 모두 누락되고, (단순) 반국가단체 가입 혐의로만 4년을 복역했다"고 덧붙였다.

본회의가 끝나자 양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상대를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냉전수구 백색테러 세력의 추악한 면모"라고 흥분했다. 당시 이 의원의 변호를 맡았던 유선호 의원은 "공안 당국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과정을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확정판결이 났던 사건"이라며 "보안법 폐지를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철우 의원은 의총장에서 "처음 수사발표를 통해 나왔던 것은 다 조작 사건"이라며 "수많은 고문과 잠 안 재우기, 구타 등을 통해 많은 것이 부풀려지고 조작된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비상대책위(위원장 배기선)를 구성하고, 9일 오전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법사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키로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공천을 받았는지 놀랍다"면서 "여당은 공천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이 여당 내에 또 없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느냐"고도 했다. 정형근 의원은 "조작 여부는 수사기록과 검찰의 공소장, 법원 판결문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철우 의원 누구인가=경기도 포천-연천 출신 초선의원으로 전대협 1기 정책위원을 지냈다. 서울시립대 영문과 84학번(1984년 입학)이며 '반미청년회'와 '민족해방애국전선' 관련 활동 등으로 두 차례 복역했다. 이후 '한탄강 네트워크' 사무처장과 '경기의제21' 운영위원 등으로 일했다.

박소영.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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