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대량 매도 외국인 헤르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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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3일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매도한 외국인은 3대 주주(5.0%)인 영국계 헤르메스연금운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일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인수합병(M&A) 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이틀 뒤 일시에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헤르메스는 8일 계열사인 헤르메스투자운용 명의로 "삼성물산 보유 지분 전량(777만2000주)을 장내 매도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매도 이유는 '투자이익 실현'이라고 짤막하게 밝혔다. 실제로 헤르메스는 투자 1년 만에 50%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11월~올 3월 주식 매입에 820억원 가량을 썼지만 3일 매도로 1135억원을 회수,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또 원화 강세 덕분에 추가로 20%가량의 환차익도 거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던 대주주가 갑자기 지분을 판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언제라도 또 다른 세력이 주식을 매집할 수 있어 M&A 위협이 사라졌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헤르메스가 지분을 판 뒤 12%나 급락했다가 8일 소폭 반등해 1만3750원에 마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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