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재정적자에 달러화 급락…"미 국채 신용등급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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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트리플 A(AAA)' 등급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내 신생 신용평가 회사가 막대한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 정부의 국채 신용등급은 지금보다 두 단계 낮춰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7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용평가사인 이건 존스 레이팅스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투자자와 분석가들 사이에 미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건 존스 레이팅스는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지금보다 두 단계 낮은 '더블A(AA)'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프랑스보다 등급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더블 A'도 높은 등급이지만 "미 국채는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는 주장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쌍둥이 적자'와 미 달러화의 가치 급락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1997년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불과했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4965억달러로 GDP의 5.1% 수준까지 늘었다. GDP의 28%인 정부의 부채는 향후 60%까지 늘어날 전망인데도 미 국채의 등급은 부채가 GDP의 20% 수준인 국가들과 같아 등급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등급 유지론자들은 ▶미국 경제의 규모가 크고▶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며▶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고 갚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상환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는 이유로 등급 하향 조정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 등급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지만 한두 단계라도 떨어질 경우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화 약세로 손실을 본 해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투매하면 금리 상승→소비 위축→미국의 채권상환 능력 약화→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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