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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과 애완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미국에서 대통령의 개를 지칭하는 '퍼스트 도그(first dog)'는 심심찮게 화제에 오르곤 한다. 개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사회이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인 지난달 2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애견 '버디'가 뉴욕에서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하자 미국 언론은 버디의 일생과 백악관 생활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클린턴 가족은 애도 성명까지 냈다.
초콜릿색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인 버디는 클린턴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바람에 '미국에서 가장 자주 사진에 찍힌 애완동물'이 됐다. 클린턴 가족의 고양이인 '삭스'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댔기 때문에 클린턴에게는 이 둘의 화해가 중동평화만큼이나 어려운 숙제였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애완견 '스폿'은 부시 부자(父子)처럼 대를 이어 백악관에 입성하는 바람에 화제가 됐다. 영국산 사냥개인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인 이 개의 아버지는 바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애견 '밀리'의 새끼였던 것. 이 개는 부시 대통령이 한때 구단주로 있던 미 프로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한 선수(스콧 플레처)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든 '스콧 페처 부시'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애견가라는 영예를 차지할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일 듯하다. 루스벨트는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노어를 욕해도 좋다. 그러나 나의 애견 '팔라'를 욕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워싱턴에 위치한 루스벨트 기념관 안에 있는 그의 동상 옆에는 스코티시 테리어 종인 팔라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과 애견에 얽힌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다. 정치문화가 폐쇄적인데다 개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미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는 페니키즈 등 실내 애완견을 사랑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백구'라는 진돗개를 애지중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세인트 버나드 등 대형견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삽살개 '수호'와 '천사'를 청와대 안뜰에서 기르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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