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미 천안함 공조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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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당초 발표대로라면 오늘께 서해에는 미 7함대 소속 항모(航母) 조지 워싱턴호(號)가 위용을 드러냈어야 한다. 7일부터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발표였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 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준비에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처음부터 이걸 모르고 훈련 날짜를 잡았단 소린가. 의아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합동훈련 등 천안함 사태 처리는 한국이 주도하면 미국은 따를 것”이라고 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BBC와 인터뷰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한국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한창인 상황에서 나온 말치고는 뜻밖이다. 천안함 공조를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국방장관 공동 회견은 한 차례 연기 끝에 결국 무산됐다. 미국이 한 발 빼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물론 중국을 의식했을 수 있다. 서해상 무력 시위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안보리 외교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을 수 있다. 강경 드라이브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전략대화를 통해 미·중이 합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긴 대북 강경조치를 쏟아 냈던 이명박 정부 스스로 지금은 수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대북 심리전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결국 이러다 구속력도, 알맹이도 없는 유엔 성명 하나 덜렁 내놓고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탄식도 나온다.

미·중 사이에 낀 정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지방선거 결과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북 간 충돌 위험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정부도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했었다. 그런데 벌써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헷갈린다.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정부는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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