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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위해… 손님위해… 매콤한 안동 찜닭 주부 손맛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2면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최윤정(36)주부의 집은 친척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환승역'으로 통한다.
지하철 신도림역이 가까운 데다 최씨의 성격이 소탈해 시댁·친정 식구들이 자주 드나들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는 친정 쪽에서는 모든 사촌 중에서 맏이, 시댁쪽에선 머리 큰 조카들이 줄줄이 있는 막내 숙모다 보니 '젊은 손님들'이 주종이다.
이들은 사귀고 있는 애인까지 대동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식구끼리 먹던 음식을 대충 내놓기도 불편하고, 국이나 찌개에 밥만 달랑 내기도 왠지 어색하다.
그래서 최씨는 돼지 불고기·닭도리탕 등을 반찬 겸 안주거리로 준비하는데 최근에는 남편과 외식하면서 맛본 안동 찜닭이 괜찮은 메뉴라고 판단하고 집에서 시도해봤다. 결과는 실패.
겉보기엔 비슷했지만 감자가 부서져 모양이 엉망인 데다 매콤하고 달콤한 맛도 떨어졌다. 친정 사촌 동생들도 "음식점에서 먹던 것과 너무 다르다"며 잔뜩 남기도 돌아갔다고.
서울 사람들에게 안동 찜닭을 처음 소개한 '봉추 찜닭'서울 대학로점 여주인 권진희(31)씨는 "안동 찜닭은 간장으로 만들어 매울 것같지 않지만 태양초 고추를 큼직하게 잘라넣어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 못지 않게 맵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주부들이 안동 찜닭 요리과정에서 자주 실수하는 것이 당면의 처리라고 지적한다. 당면을 그냥 넣으면 딱딱하고 질겨서 먹기 어렵고, 그렇다고 삶아서 넣으면 푹 퍼져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면은 찜닭을 시작하기 3~4시간 전에 찬 물에 담가 푹 불려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감자의 모양을 얼마나 잘 유지시키느냐가 포인트다. 감자는 두툼하고 넙적하게 썰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수분이 많은 봄 감자나 제주산 감자는 잘 부서지거나 빨리 익으므로 닭을 넣고 팔팔 끓이는 과정이 끝날 때 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 감자가 익으면 젓는 것을 삼가야 한다. 너무 일찍 감자를 넣거나 많이 저으면 감자가 으깨져 국물도 걸쭉해지고 텁텁해진다고.
당면은 찜의 국물을 흡수해 불기 쉬우므로 찜닭이 거의 완성됐을 때 찜 위에 얹어 뚜껑을 닫고 살짝 뜸들이는 기분으로 익힌다.
권씨의 조언을 들은 최씨는 지난달 30일 저녁 메뉴로 안동 찜닭에 재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 용은(12)이와 아들 용혁(5)이도 코 끝의 땀방울을 씻어가며 닭고기를 뜯고,잡채처럼 당면도 맛있게 먹었다.
남편 이완주(41)씨도 "이 정도 실력이면 식당을 차려도 되겠다"며 반주(飯酒)를 찾았다.
이날 최씨네 네 식구는 닭고기·당면·감자를 건져 먹고 난 뒤 밥까지 볶아 국물 한점 남기지 않고 먹었다.
최씨는 "제대로 만들어 먹어보니 요즘 골목마다 찜닭 집이 들어서는 이유를 알겠다"며 "동생·조카들이 오면 다시 해먹여 지난번 잃었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안동 찜닭 따라 하기>
▶재료=생닭 1마리, 감자 4개, 양파 반개, 당근 반개,파 2뿌리, 시금치 약간, 태양초 고추 7개, 당면 불린 것 1백50g, 각종 양념(다진 마늘 2큰술, 설탕 2큰술, 간장 3큰술, 물엿 3큰술, 후추 1작은술)
▶만드는 법=①당면은 찬 물에 담가 3~4시간 불려서 건져 둔다. ②생닭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기름을 제거해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쳐둔다. ③감자·당근은 둥글게,태양초·양파·대파는 큼직하게 썰어 둔다. ④큰 냄비에 물 2ℓ 정도를 붓고 생닭을 넣는다. ⑤태양초와 함께 설탕·간장·물엿을 넣고 센 불에서 팔팔 끓인다. ⑥감자·당근·양파를 추가하고 국물이 자박자박해지면 준비해 둔 당면과 후추를 넣고 살짝 섞는다. ⑦다진 마늘·대파·시금치를 넣고 뚜껑을 덮어 30초정도 뜸을 들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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