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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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전쟁은 남한이 북한을 먼저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의 한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설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저항운동이다.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공허한 도덕적 비판에 그쳤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2차 대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왜곡과 생략의 중국교과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한번도 침략적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으며, 자기방어를 위한 전쟁만 해왔다는 사실을 굳게 믿으며 학생들은 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마친다"고 전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1950년 티베트 침공과 79년 베트남전 개입 등이 그 사례다. 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대약진운동에서 3000여만명이 기근으로 죽었다는 사실도 배우지 않는다.

한 교사는 "현대사로 넘어올수록 더 정치적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는 기본 사실만 배우며 왜 그랬는지는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98년 한 교과서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부르주아 리버럴리즘의 확산을 막지 못한 데 따른 폭풍이며 중앙위가 적절한 시기에 개입해 진압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천안문 사태는 공산당을 전복하기 위한 소수가 부추긴 생각에 의해 발생했다"고만 기술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부분이 있으며 중국에서 역사는 여전히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고백한다. 반면 "정부가 모든 교과서를 검열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금기시됐던 문화혁명 등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다"며 역사교육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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